은하영웅전설, 우주전략과 정치의 오페라

은하영웅전설

어린 시절 종종 졸면서도 끝까지 봤던 작품이었는데. 최근 관련 게임 광고가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 게임은 은하영웅전설 전쟁의 윤무곡이라는 이름인데, 게임 자체는 그다지 끌리지 않지만 잊고 있었던 작품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점이 고마운 듯 합니다.

이 작품은 양 웬리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유년기 라인하르트 폰 뮈젤)이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둘 모두 어느 한 쪽의 편을 둘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바로가기) 은하영웅전설 전쟁의 윤무곡

엘 파실의 영웅, 불패의 마술사

거창한 이명으로 불리우게 되지만, 양 웬리는 자유행성동맹의 군인으로써 그다지 열정적인 인물은 아닙니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우주를 여행하며 돌아다녔던 양은 역사서적을 주로 읽으며 보냈고, 사학자가 될 꿈을 키웁니다. 하지만 사고로 고아가 되고, 물려받은 유산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되죠. 역사학을 배우고 싶었던 양은 사관학교의 전쟁사 연구과에 지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매한 성적으로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양 웬리. 그 후 중위가 되어 최전방인 엘파실로 부임하는데. 여기서 전투가 일어나고 사령관이 도주하면서 어쩔 수 없이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는 임무를 떠맡게 됩니다.

매사에 불성실한 양이었지만, 그는 임무에 충실한 인물이었습니다. 이 임무에서 최선의 전술을 보이며 민간인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데 성공한 양은 ‘엘파실의 영웅’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고, 대위로 그리고 바로 소령으로 다시 진급하게 됩니다.

그는 수없이 불리한 상황에서 함대를 지휘하지만, 비록 전쟁에서는 패배할 지언정 전투에서는 결코 패배하지 않습니다. 전략과 전술에 있어 그의 재능은 불합리할 정도로 빛나는 것이었고, 매사 회의적이고 불성실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함대의 수많은 목숨이 걸린 임무에 있어서 그는 그가 가진 재능의 모든 것을 태울 줄 아는 사람입니다.

상승의 천재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몰락한 귀족가의 일원으로 시작해 야심을 가지고 성장해나가는 인물입니다. 그는 그의 평생의 절친이자 참모인 키르히아이스와 만나게 되는 유년시절이 다뤄지는데. 몰락해가는 가문을 지켜내지 못한 그의 아버지는 마침 황제의 눈에 들었던 그의 누나 안네로제를 황제의 첩으로 보내면서, 그 하사금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이에 황제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새긴 라인하르트는 황제와 권력을 노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스타테 회전

자유행성동맹의 영웅 양 웬리, 은하제국의 천재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이 둘은 아스타테 회전을 계기로 처음으로 상대를 인지하게 됩니다. 두배에 가까운 자유행성동맹의 함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실력을 선보인 라인하르트였지만, 양 웬리의 전술적인 대응으로 인해 승리가 희석되며 자유행성동맹의 함대는 구사일생을 거둡니다.

불패의 마술사가 마술을 부린 것이죠. 이 회전으로 라인하르트는 명백히 양을 라이벌로 인지하게 됩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서사시

은하영웅전설은 장대한 대서사시입니다. 양 웬리와 라인하르트 로엔그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서로의 전략과 전술에 감명받은 두 인물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둘은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매우 닮은 인물입니다. 둘 모두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일찍이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웁니다. 양 웬리에겐 황제에게 첩으로 팔려간 누나는 없었지만, 둘 모두 군사학교인 자유행성동맹 사관학교와 제국 유년학교를 통해 소위로 임관하며 군생활을 시작하죠.

그러나 양은 일개 공무원으로 특별한 야망이 있지도, 군인으로서 진급에 열정적이지도 않습니다. 라인하르트는 누나를 물건처럼 빼앗아간 황제에 대한 반감으로 황제와 권력에 대한 강력한 야망을 가지고 있었죠.

이런 둘의 배경 차이와 각 세력의 정치적인 문제, 이런 문제가 전장과 둘의 전략에 미치는 영향 등이 흥미롭게 이어지는 작품이 바로 은하영웅전설, 줄여서 은영전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사상, 정치, 전쟁 등 다양한 주제를 철학적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가볍게 깊이있는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요즘의 트렌드와는 많이 다른 작품이지만, 느리게 읽는 재미를 아는 분들께 이 두 매력적인 인물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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